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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유원준 (80)
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21세기,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아날로그의 영토를 마침내 완전히 정복했다. 숫자로 구성되는 신속하고 정확한 디지털의 체계는 놀랍게도 아날로그의 감성적 영역까지 산술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 있었고 이전의 ‘디지로그(Digi-logue)’와 같은 정서적 마스크도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황에까지 도달했다. 아날로그와의 대립적 구도에서 언급되던 감성과 이성, 연속과 분절 등의 각 기술들의 정체성은 분절된 것들을 끊임없이 이어붙인 디지털의 미덕으로 또한 빅 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정감어린 감정마저도 정확한 값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디지털의 신묘함으로 수렴되기에 이르렀고 아날로그의 흔적은 매니아들의 향수어린 시선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현재의 기술 환경은 기본적으로 디지털이라는 유전인자를 전제한다. 긍정적으로 ..
“가상현실은 ‘궁긍적인 공감 기계’이다. 이를 통한 경험들은 다큐멘터리보다 더욱 진하다. Virtual reality is the 'ultimate empathy machine.' These experiences are more than documentaries” _Chris Milk 정연두의 는 2014년 아트타워 미토(Art Tower Mito)에서의 개인전 “Just like the road across the world”에서 공개된 작품으로 원전으로 폐허가 된 미토 지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실제 마을을 돌아다니며 16톤 가량의 각종 폐기물들(부숴진 욕조, 멈춰버린 시계 등)을 전시장의 33m 가량의 복도를 제작하여 설치해 놓았다. 관람객들은 이러한 폐기물들이 늘어서 있는 복도를 ‘..
최근 가상(Virtual)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가상현실테크놀로지의 출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술 문화로부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삶의 전면적 가상화에 기인한다. 다만 그러한 현실의 가상화에 관한 인식이 특정 기술 영역에 매몰되어 피상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 Mangrané)는 가상의 범위를 현실의 덧붙여져 있는, 그리하여 마치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은 이면의 세계로 이해한다. 그는 과거로부터 물리적 세계의 단단한 (그래서 견고하게 보이는) 물질성 자체에 관심을 가져왔고 우리 사회가 지닌 현실적 문제들과 그것들을 결부시켜 왔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의 이러한 현실적 조망과 연동되는 세..
VR 관련 기술이 소개될 때마다, 해당 기술과 연관하여 가장 발전하게 될 분야를 게임과 성인 포르노 산업계로 예측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타당하다. 이는 VR을 명백히 현실에 관한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실의 금기에 대한 매우 안전하고 합법적인 대안적 차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인식에는 명백한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VR이 실제 세계와 혼동될 수 있을 만큼 현실 세계를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기에 강한 몰입이 가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이러한 VR 체험이 매우 능동적인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재난이나 구조의 상황이라던지, 폭력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경험조차도 VR 세계 속에서는 능동적 욕구에서 비롯된 직접적 참여나 간접적 관조의 행위로 나타난다. 지난 3월 17..
“What is your name?”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누군가의 이름을 묻는 행위는 단순히 그가 가지고 있는 ‘이름’으로 표상되는 기호에 관한 질문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항상 상대방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이자 이질적 존재를 연결시키는 접속의 행위로 이해된다. 따라서 작품의 부제이기도 한 이 명제는 낯선 가상에게 보내는 익숙한 현실의 물음이라기보다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강력한 가상의 현실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은 여러 가지 의미로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전시장에서의 그것은 작가가 관객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작가 스스로를 향하는 성찰의 행위로도 이해된다. 폴 메카시(aul McCarthy)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미술 현장에 늘 파격적 질문을 던져왔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작가 본인과 캐릭..
지난 4월 24일부터 아트센터 나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에서는 A/A(안드레아 그라이너/아민 케플리너), 변지훈, 전형산의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Real Fiction : 실재적 허구’라는 역설적 전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우리의 현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실재와 허구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실재와 허구, 현실과 가상 사이의 ‘시간성’이라는 요소에 집중하면서 그 간극으로부터 변화하는 우리의 현실에 주목한다. 변지훈은 , 를 통해 전시의 의도를 적확하게 표현한다. 마치 먼지처럼 보이는 디지털 입자들은 현실의 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멸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상호작용적으로 진행되어 시간의 추상성을 경험케 하는데, 너무나도 ..
모든 것이 사라지고 결국 사유만이 남는다 : 예술의 전당 展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 모듈식의 건축 구성 등 국제적 합리주의 건축 사상의 기수였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전시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 1월 4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르 코르뷔지에의 첫 번째 전시이자 2017년 새해를 여는 전시이기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대표적 건축가이자 아티스트이다. 현재 7개국에 걸쳐 17개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콘크리트 건축물을 중심으로 모더니즘의 정수를 회화와 건축이라는 언어를 통해 제시한 건축가이자 작가였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은 일찍이 해외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되어 왔다. 전시의 주요한 테마는 물론 ..
Digital image from Kari Altmann’s project “Hhellblauu,” 2008 Q. ‘포스트 인터넷’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이 용어는 현실의 예술 실천을 어떻게 포괄하고 있다고 보는지? A.포스트 인터넷 개념은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마리사 올슨(Marisa Olson)’이 처음 제창한 개념에서는 조금 벗어나서 정립되어 가는 듯 하다. 물론, 이 개념이 학술적이고 보편적인 텀(term)으로서 규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포스트 인터넷 개념이 지닌 확장적인 의미 해석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대치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현재 특정 작가군 및 흐름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파급력을 ..
SINAR (眼光) (2015) 3화. 비어있기에 채울 수 있다 팀 보이드(Team VOID)의 팀명은 1화에서 소개한대로 작가 자신들의 ‘비어있음’에 대한 자성적 의미에서 탄생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 ‘비어있음’은 그들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키워드가 된다. 예를 들어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는 빛의 움직임이라던지, 혹은 그러한 변화에 의해 달라지는 공간의 느낌은 이미 그들의 시도가 자신들을 채우는 것을 넘어 그들의 작업 형태를 설명하는 그 무엇임을 이야기해 준다. 2015년작 의 경우에도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어두운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전구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감지하여 불을 밝히게 된다. 즉,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공간이 구성되는 상호작용적인 예술 작품이다. ‘로봇과 ..
Light Wave (2014) 2화. 쓸.고.퀄 예술가가 되다 최근 ‘쓸.고.퀄 : 쓸데없이 고 퀄리티’이란 표현이 왕왕 사용되곤 한다. 기능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쓸데없이? 너무 잘 만들어진 것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예술가의 작품에도 해당한다. 특히 팀 보이드의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가령, 그들이 수년 전부터 제작하고 있는 를 살펴보면, 그리 실용성이 없어 보임에도 상당히 고 퀄리티로 제작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218개의 피스로 구성된 이 작품은 회전하는 LED 모듈에 의해 빛이 변화한다. 매우 평면적이지만 때로는 빛의 움직임에 의해 깊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빛의 변화되는 궤적을 바라보면 왠지 황홀해지지만, 동시에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
1화. 미대를 나와야 작업하나요?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경로에는 항상 보다 빠른 길과 좀 더 에둘러 돌아가야 하는 길이 존재한다. 다만 어떤 길이 더 경치가 좋을지 혹은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될지 심지어는 어떠한 길을 통해 결국 목적지에 더 빠르게 도달할지를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이들의 시작도 그랬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는 가득한데, 그들의 시도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공대의 프로그램 안에서는 설명되기 어려웠다.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누군가 그들의 시도를 폄하할 때쯤, 그들은 자신들이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 보이드(Team VOID)의 시작은 이러했다. 자신들의 시도는 쓸모없는 무언가로 보기엔 거창했고 그렇다고 취미라고 보기엔 진지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친..
Followers : 기억의 잔여물 기억은 불분명한, 그러나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선명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간극으로부터 우리는 매우 굳건하게 인식되어온 역사의 한 장면이 때로는 실체없는 흔적과 같은 이야기, 구전된 설화의 가벼움으로 기억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더유닛은 이러한 맥락에서 역사로서 기억되지 못한 흔적과 같은 이야기를 추적한다. 우리는 문화/문명의 발전 단계에서 구축된 다양한 기억의 역사(상징)을 마주해 왔다. 그러나 그것의 목적이 지나간 흔적의 기억과 추모, 되새김과 앞당김의 역할이었음을 우리는 종종 망각한다. 이는 상징이 지닐 수 밖에 없는 의미의 고정으로부터의 역설이다. 제주는 다채로운 상징적 의미로 뒤덮힌 지역이다. 다만, 그러한 의미 부여의 주체가 외부적인 것임을 부인하기는 쉽지..
공지영의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를 보면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일상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는 어쩌면 매우 보편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때로는 사뭇 진지하고 엄숙한 예술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다. 금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국외 입주작가인 알렉스 리켓(Alexander James Rickett)의 작업이 그러하다. 그것도 아주 획기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알렉스는 매우 팝 적인 작가이다. 다만, 팝 아트에서 주요하게 사용된 기법이 매우 현재화되어 그의 작품에 활용된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를 오리고 붙혀서 (사실, 디지털 이미지를 오리거나 붙일 수는 없지만, 그의 작업은 crop, copy & paste와 같은 디지털 편집 기법 용어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자르고 붙..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 바로 게임이 우리에게 할 일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을 ‘오락’이라 하고 삶의 빈 틈을 메우는 하찮은 수단으로 여긴다. 그러나 게임은 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게임은 미래의 실마리다. 어쩌면 지금 진지하게 게임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구원책일지도 모른다. - 버나드 슈츠 Bernard Suits, 철학자 - 0. 문제의 시작 아직도 두렵다. 40세가 넘은 성인이 가족들에게 게임하는 모습을 들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뭔가 억울하다. 필자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지극히 적은 시간만 게임에 투자를 하 고 있다. 심지어 게임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도 했고, 현재 게임 교육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회 사의 이윤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
지난 8월 13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apmap(amorepacific museum of art project) 네 번째 기획 전시인 ‘apmap 2016 yongsan – make link’가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 시픽 뷰티캠퍼스(오산 화장품 통합생산물류기지, 1회), 서광다원/오셜록(제주도, 2회), 아모레 퍼시픽 기술연구원(용인, 3회)에서 진행했던 그간의 apmap과는 달리 용산가족공원 및 아모 레퍼시픽 신사옥 현장이라는 대중적 장소에서 진행되는 첫 번째 전시이자, apmap의 파트 I 을 마무리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apmap은 지난 2013년부터 기존의 미술관 공간을 넘어 실 외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현대예술프로젝트로서 특히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실험적 예술을 선보이려는 ..
John Gerrard, , 2014 ‘뉴욕 맨하튼 한복판에서 네바다 사막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면’ 링컨센터(Lincoln Center)는 지난 2014년 뉴욕의 공공예술기금(Public Art Fund)의 후원 을 받아 아일랜드의 미디어아티스트 존 제라드(John Gerrard)의 를 선보였 다.이 작품은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태양열 발전소와 주변 사막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뉴욕 한복판에 전송하는 설치 작품이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이러한 풍경을 마주 하는 것은 분명 매우 생경한 경험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실 이 작품은 실시간으로 관측된 실제 풍경의 모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한 하이퍼-리얼한 작품이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반사각을 조정하는 10,000개의 태양열 거울로 둘러쌓..
현대자동차의 ‘Brilliant Interactive Art’ 프로모션 도시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건축물의 외관은 옷을 갈아입듯 화려한 색채의 광고판으로 도 배되고 있고,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역사 같은 이동을 위한 장소조차도 비워져 있는 공간을 찾기 가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와 영상, 텍스트로 가득 찬 광고들이 득실거린다. 이러한 풍경은 우리에 게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변화된 도시 속에서 수 많은 이미지들에 의해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만 감상이 가능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교회나 성당 같은 종교적 장소 등이 그러한 장소였다. 그러나 최근 발달한 기술은 건축물의 외벽 을 LED와 같은 미디어로 구성하여 과거 실내에 갇혀있었던 이미지를 건물 외부..
Scroll Down Journey / HD 2D animation, 6’20”, 2015 #1 고정된 개체, 변화하는 현실 화면 중앙에 작은 자동차가 나타난다. 화면은 빠르게 자동차의 움직임을 쫒는다.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변화하지만 자동차와 화면은 고정되어 있다. 익숙한 풍경들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중앙의 자동차는 화면의 중심을 지킨다. 자동차에 뒤따르는 연기만이 자동차의 움직임을 드러내며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최성록의 신작 는 우리에게 이와 같이 고정된 개체로부터 변화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현실 속의 개체가 변화하는 것이 아닌 고정된 개체 주변을 현실이 변화하며 쫓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우리에게 현실-세계는 고정된 상수 값으로 존재했다. 변화하는 것은 그 ‘세계 속의 ..
과거로부터 예술은 일종의 가상적 사건이었다. 동굴 속에 황소를 그려 넣을 때에도 그 황소는 당시 그린 이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미지로서 기능했고 또한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도 황소는 그저 벽에 그려진 대상을 넘어 실제 황소를 그 장소에 현전시키는 마법과 같은 환영으로 존재했다. 우리가 이러한 사건을 예술이라 규정하는 이유도 그것이 어떠한 사실 자체만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다양한 상상력이 더해진 무한한 사유의 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에 있어 이미지가 정지해 있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는 요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지의 운동은 사유의 확장을 저해하는 반-사유적 요소로서 취급되기도 하였다. 일찍이 초기 영화의 놀라움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보는 이들..
‘떠올리다'. ‘회상하다’ 등의, 기억에 따라붙는 술어는 기억이 과거의 지나간 사건을 지각의 흐름 속에 소급하는 행위임을 인식시킨다. 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한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소환된다. 이는 ‘기억’이란 프로세스가 인식 과정에 후행하기 때문이며, 선행되는 인식의 과정에서 이미 임의성과 자의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기억은 완전한 형태로 소환될 수 없으며, 그 과정 또한 규칙으로 묶어두기 어렵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보편적 흐름으로 귀결시키고자 한다면 우리는 인식과 기억을 지배하는 우리의 감성/감정과 충격에 대한 논의를 우선 진행해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기억이란 스스로의 내재적 규칙에 의거한, 따라서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불규칙적 알고리즘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