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미래와의 연결을 시도하다 : apmap 2016 yongsan – make link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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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의 연결을 시도하다 : apmap 2016 yongsan – make link

yoo8965 2018. 1. 16. 19:01


   지난 8월 13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apmap(amorepacific museum of art project) 네 번째 기획 전시인 ‘apmap 2016 yongsan – make link’가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 시픽 뷰티캠퍼스(오산 화장품 통합생산물류기지, 1회), 서광다원/오셜록(제주도, 2회), 아모레 퍼시픽 기술연구원(용인, 3회)에서 진행했던 그간의 apmap과는 달리 용산가족공원 및 아모 레퍼시픽 신사옥 현장이라는 대중적 장소에서 진행되는 첫 번째 전시이자, apmap의 파트 I 을 마무리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apmap은 지난 2013년부터 기존의 미술관 공간을 넘어 실 외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현대예술프로젝트로서 특히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실험적 예술을 선보이려는 기획 의도를 통해 향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방향과 흐름을 점검해보 는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apmap이 짊어져야 하는 의미의 무게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파트 I과 파트 II를 연결하는 그리고 내년(2017년)의 용산 미 술관 개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금번 apmap의 주 제가 ‘연결하라 make link’인 까닭이 조금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백정기, <용을 닮은 산>, 2016 이미지


   전시의 주제는 앞서 언급한 전시를 둘러싼 환경적 맥락만이 아닌 전시의 세부적인 구성 요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가 진행되는 용산가족공원과 용산역 부근의 신사옥 건설 현장은 매우 이질적인 장소성을 지닌다. 또한, 용산이라는 지역의 과거로부터의 현재, 미래 를 연결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는 전시의 주제를 통해 선명히 제시된다. 전시에 참여한 17팀 의 작가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전시 장소와 주제를 표출한다. 크게 4가지의 소주제로 분류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용산가족공원이 위치한 장소성 및 시간성/역사성에 집중한 작품들이 그것이다. 박기진의 <통로>와 AnL Studio의 <환원>은 용산가족공원 초입에 설치되어 공원 에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시 주제를 떠올리게 만들며, 공원이 지닌 장소성과 시간성을 주제로 정소영의 <지붕>, 최기창의 <굴러온 돌>, 백정기의 <용을 닮은 산>, 송지 연의 <인생은 희극이다>, 김인배의 <삼각형>, OBBA의 <Movingscape>가 연이어 등장한다. 이중, 최기창의 작품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시도했던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의 현실 버젼처 럼 보이는데, 평범하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돌의 형태가 거대하게 제시되어 시각적 착시 효과를 제공한다. 한편, 백정기의 설치작은 용산에 대한 이야기를 라디오 방송 콘텐츠 로 송출하여 관람객들에게 보다 복합적인 장소성을 체험케 한다.

 

   두 번째로 전시장소가 지닌 공공성을 고려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원우의 <샘>은 로 봇 형태의 냉장고를 통해 시원한 물을 제공하며, 김시원의 작품(<무제>)은 용산 공원에 부 재한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남혜연과 남명기의 공동작업인 <A Journey of Footsteps> 공원 방문객들이 페달을 밟으며 함께 참여해 볼 수 있는 참여형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카 입+OAA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SoA의 <담>, 박기원의 <만개(滿開)>는 관람객 및 공 원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SoA의 작품은 이후 확장될 용산가족공원 의 미래를 거울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확장된 형태의 시각 파빌리온으로서 기능한다. 마지 막으로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김이홍의 <진짜와 가짜 사이>는 목업 (mock-up) 구조물에 또 다른 훼이크 목업을 설치하여 공간에 관한 환상을 전복시키며, 이세옥의 <밝은 낮>은 공사현장의 소음을 변환한 네 가지 신호음 을 치환하여 사운드를 발생시키고 이를 형상화한 사운드 퍼니처를 선보인다. 비주얼로직의 작품은 미디어를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보여주는데, 가상적 이미지에 의해 현재에는 존재하 지 않는 미래의 공간을 그려보게 만든다. 용산가족공원에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신사옥 현 장으로 연결되는 전시의 동선은 생각보다 그 거리가 가깝지 않다. 그러나 이번 apmap 전시 를 전체적으로 조명해보기 위해서는 신사옥에 설치된 작품까지 둘러볼 것을 권한다. 왜냐하 면 전시 주제인 ‘make link’는 목업 구조물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미술관의 미래 모습에서 완 성되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퍼블릭아트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