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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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눈길을 사수하라! : 기업들의 옥외광고전쟁

yoo8965 2017. 7. 23. 22:31

현대자동차의 ‘Brilliant Interactive Art’ 프로모션



도시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건축물의 외관은 옷을 갈아입듯 화려한 색채의 광고판으로 도 배되고 있고,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역사 같은 이동을 위한 장소조차도 비워져 있는 공간을 찾기 가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와 영상, 텍스트로 가득 찬 광고들이 득실거린다. 이러한 풍경은 우리에 게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변화된 도시 속에서 수 많은 이미지들에 의해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만 감상이 가능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교회나 성당 같은 종교적 장소 등이 그러한 장소였다. 그러나 최근 발달한 기술은 건축물의 외벽 을 LED와 같은 미디어로 구성하여 과거 실내에 갇혀있었던 이미지를 건물 외부로, 우리가 생활하 는 현실 공간으로 탈출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의 외도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자 본주의 시스템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미지는 곧 광고를 위한 매개체로 전락했고, 도시는 이러한 광고-이미지들로 넘쳐나는 환경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도시 속 광고 이미지의 과잉 현상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아마도 광고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인 ‘BMW’와 ‘AUDI’의 옥외광고 전쟁을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광고 이미지의 경쟁 속에서 대중들은 점차 그 화려함과 자극적인 모습에 실증을 내게 되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제 과거와는 다른 방 식으로 광고를 선보이려 한다. 그것도 아주 고상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기업들이 고심한 광고의 차별화 방식은 예술과의 결합을 통한 것이었다. 예술은 과거 로부터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따라서 광고계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들의 극복 방안으로서 예술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기술 미 디어와 결합한 (미디어) 아트는 이전까지의 시각적 감상 방식을 넘어 다양한 감각을 이용하는 양 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광고계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탈출구로 여겨진 것이 다.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이 택한 예술의 속성은 미디어아트의 대표적 특성인 상호작용성이다. 과거로부터 진행해 온 영상-이미지를 기반으로 거리를 왕래하는 대중을 적극적으 로 광고 속 가상 세계로 진입시키는 것이다. 가령, 예전 광고들이 번쩍거리며 자사의 제품을 선보 여도 그것이 다른 세계 속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졌다면, 최근 진행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광고 들은 보행자들을 광고 속 세계로 초대한다.


현대자동차의 ‘Brilliant Interactive Art’는 이러한 보행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광고 이벤트이 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Times Square) 광고판을 이용한 이 광고는 ‘미스터 브릴리언트’라는 가상 의 캐릭터가 등장하여 광고를 보는 이들 중 한 사람만을 위한 페인팅 아트를 선보인다. 국내 디 지털 광고 에이젼시인 포스트비주얼(PostVisual)이 제작한 이 광고는 사람의 얼굴을 ‘Human Detection’이라는 기술로 포착하여 그를 위한 초상화를 그려주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선택된 방문 객은 타임스퀘어의 거대한 벽면에 걸려있는 자신만을 위한 초상화를 선물 받는 셈이다. 현대자동 차는 자사의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 예전부터 예술적인 홍보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온 기 업이다. 물론, 기업의 광고는 자신들의 상품을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겠지만, 그보다는 광고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을 선택하여 보다 멀리 그리고 넓게 광고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구글(Google)의 안드로이드파이(Androidfy) 프로젝트


이처럼 현대자동차의 광고가 직접적으로 방문객을 광고 속에 등장시켰다면, 구글의 광고는 이 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선보인다. 구글 역시 타임스퀘어 광장에 거대한 축구장 크기의 LED 전광 판을 제작하였는데,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현대자동차와는 달리 자사의 모바일 OS인 안드 로이드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하게 만들었다. 무료 앱을 다운받거나 인터넷에 접속하여 간단하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후 구글의 전광판 앞에 서게 되면, 마치 MS의 콘솔 게임 기인 XBOX의 키넥트와 유사하게 사람들의 동작을 포착하여 캐릭터에 반영한다. 따라서 구글 보 드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행동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펩시(Pepsi) 맥스(Max) AR 캠페인


도시 거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장소들을 이용한 광고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과 같은 도심 정거장을 배경으로 재기 발랄한 광고를 선보이는 기업들도 있 는데, 펩시 콜라는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기법을 이용하여 현실 세계 속에서는 경험 하기 힘든 순간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버스 정거장에 앉아서 자신의 옆을 바라보게 되면, 투명 한 창을 통해 보이는 현실 세계 속에 갑자기 우주선이 나타난다던가, 호랑이가 덥쳐오는 등의, 심 지어 거대한 로봇이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온다. 당연히 이는 현실 속에서 발 생하는 장면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실재 현실의 거리에 가상의 영상들이 침투하여 마치 현실 속 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법들은 최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자사의 신차(뉴 비틀)를 홍보하기 위해 거 리의 전광판과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연동시켰다. 그저 정지해있거나 평면적으로 보이는 영상이 아닌, 자신의 휴대용 디바이스를 통해 입체 영화와 같은 역동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게 만든 것이 다. 이를 즐기기 위한 방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해당 앱을 다운받고 전광판에 비추기만 하면 된다.



던킨도넛츠(DUNKINDONUTS)의 ‘Flavor Radio


만약, 위의 광고들이 현실을 증강시키거나 상호작용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고 한다 면, 이러한 광고들과는 달리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옥외 광고도 존재한다. 던킨도넛츠는 많은 이들에게 도넛 전문 매장으로 인식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브랜드의 이름 자체가 커피에 도넛을 담근다는 의미(던킨, Dink-in : 담그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던킨도넛츠의 커피 매출은 그 리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이에 던킨도넛츠는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하는 ‘Flavor Radio’라는 프로 모션을 진행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버스의 라디오를 이용하여 던킨 매장이 있는 버스 정류장 부 근에 가면, 버스에서 던킨 도넛츠의 라디오 광고 CM이 흘러나오며 이와 동시에 라디오 CM에 반 응하는 자동방향제를 통해 커피향이 버스의 실내를 가득 채우게 된다. 자연스럽게 버스 속 승객 들은 도넛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며, 버스에서 하차하여 근처에 위치한 던 킨 매장을 찾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 광고는 특정 순간에 더욱 강하게 사람들을 자극하는 후각 을 이용한 이른 바 4D 광고이며, 이제 더 이상 광고가 시각 중심적으로만 진행될 필요가 없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던킨의 프로모션은 매장 방문자수 16% 29%의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왔다 고 한다.)


현재 광고계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법론에 목말라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호작용 적이거나 현실을 증강시키는 AR 기법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들을 결합하여 4D 형태의 광고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법들이 (미디어) 아트의 주요한 특성들에서 차용되었음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고,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광고들은 점차 아티스트들의 손을 떠나고 있다. 아티스트들에 의 해 제기된 예술의 참신한 특성들이 예술계를 떠나 광고계의 손질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흐름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술과 광고의 문법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 다. 그러나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창의적인 순간들을 잊지는 말자. 누군가는 지금도 예술 작 품들 속에서 다음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Art Now 2015년 2월호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