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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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Access to New Media Art World !

yoo8965 2012. 1. 21. 18:11

   미디어아트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굳이 부연하자면 미디어아트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비하여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미디어에 둘러쌓여 살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로 수식되던 새로운 예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침투하여 더 이상 그들을 특별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미디어아트는 기술적 진보가 투영된 미디어를 이용하여 과거의 예술이 지니지 못한 새로운 경험의 장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들은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우리의 문화-사회 전반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미디어아트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며, TV 광고나 쇼 프로그램에서도 미디어아트의 요소들이, 그들이 행했던 역사적 실험들이 차용되어 소개된다. 뉴미디어 아트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며 이론가이기도 한 피터바이벨(Peter Weibel) "컴퓨터와 같은 뉴미디어의 영향이 보편화되고 다른 미디어의 미적 경험 또한 매개하게 되었을 모든 현대 미술은 포스트미디어 미술이 된다"라고 말하며 미디어아트 이후의 현대 예술의 흐름에 관하여 예측했다. 피터바이벨의 예측처럼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아트센터, 비엔날레는 미디어아트를 더 이상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현대 예술의 당면한 흐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1960년대 백남준을 위시한 플럭서스 그룹이 독일과 미국에서 비디오아트를 선보인 후, 1965년 뉴욕에 있는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Howard Wise Gallery) 에서는 최초의 컴퓨터를 이용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이후 최근까지 미디어아트는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적 예술이라는 생소한 역할을 넘어 현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장 다양하게 보여주는 장르로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최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오스트리아 린츠(Linz) 시에 위치한 알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이다. 이 기관은 미디어아트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기관인데, 매년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페스티벌(Festival Ars Electronica)을 개최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예술의 미래 그리고 창조적인 작업을 위한 실험실(FutureLab)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 <GEOCITY>의 경우, 퓨처 랩에서 제작된 6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든 작품들이 알스 일렉트로니카가 위치한 린츠시에 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연구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1950년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도시(Linz)의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 <SimLinz>,

FutureLab, Ars Electronica, 2011


알스 일렉트로니카의 활동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미디어아트 관련 행사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페스티벌을 통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예술의 흐름을 제시한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지만, 그러한 흐름을 제시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 활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미디어아트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어 다양한 전시, 페스티벌, 문화행사 등등이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들이 하나의 지속적인 미디어아트에 관한 연구 및 실험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이러한 미디어아트 발전에 대한 지속적 노력과 시도를 찾아볼 수 있는데, 야마구치 현에 위치한 야마구치 센터 (YCAM : 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또한 이러한 연구 활동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YCAM은 지난 2003년 개관한 이후, 매년 3~4개의 미디어아트 작품과 퍼포먼스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최근 미디어아트가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이 혼합되어 전개되는 점을 상기해 볼때, 작가 개인의 역량으로 제작되기 힘든 작업들을 프로덕션 시스템을 통해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활동은 미디어아트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 리서치-개발 팀인 인터랩(InterLab-LabACT)의 활동을 통해 잘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인간의 몸과 정보 사회의 관계를 탐구해 온 세이코 미카미(Seiko Mikami) <Molecular Informatics> 시리즈를 작가와 함께 기술적으로 버젼 업 시켜 전시할 예정이며, 2010년 알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인터렉티브 아트 부분에서 골든 니카(Golden Nica)상을 받은 <The EyeWriter> 또한 일본 자국 내 아티스트들의 관련 작업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exonemo <EyeWalker>, Semitra <eyeFont>)

 

일본의 미디어아티스트 세이코 미카미가 진행http://www.idd.tamabi.ac.jp/~mikami/artworks/해 온 <Molecular Informatics> Series, Seiko Mikami, 2003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디어아트는 현재 예술의 다양한 장르들과 결합하여 그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예술의 장르파괴? 현상은 물론 최근에 이르러서야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미디어아트는 과거 예술이 시도했던 1차적 융합이 아닌, 본질적인 부분에서부터 결합된 총체 예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3D 프로젝션 맵핑 기법과 LED 등을 사용한 미디어파사드 작업들의 경우 해외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장르를 넘어선 실험적 시도로 시작되었는데, 현재에는 다양한 문화 행사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점점 다양한 영역 음악, 영화, 게임, 건축 심지어 의학 등의 분리된 영역과도 융합되어 가고 있다.

 

Creators Project New York 이벤트의 부분으로서 제작된 UVA(United Visual Artists)<Origin>, 2011


현란한 비주얼 이미지와 사운드, 스포츠 게임이 뒤섞여 있는 André Rangel <Syndyn>, 2011


이러한 미디어아트의 크로스오버 현상을 잘 보여주는 페스티벌이 독일의 트랜스미디알레(Transmediale)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디어를 초월한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예술적 시도들이 매년 초 베를린에서 벌어진다. 다른 여타의 페스티벌이나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짧은 기간 동안 전시를 비롯하여 다양한 워크샵과 세미나, 심포지엄 등등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점도 트랜스미디알레의 특징이다. 베를린 클럽의 협찬을 받아 진행되는 클럽 트랜스미디알레(CTM)를 비롯하여 작가와의 대담이나 강연과 워크샵 등등이 베를린 곳곳에서 펼쳐진다.


CTM(Club Transmediale)에서의 뜨거운 현장


<Face Visualizer> live, Daito Manabe at Transmediale, 2011


물론, 트랜스미디알레가 이렇듯 흥미 위주의 행사만 진행되는 페스티벌은 아니다. 트랜스미디알레는 매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동시대의 문화-사회적 이슈들을 담론화하고 예술적 실천을 모색하는 장이다. (2012년 주제는 'In/compatible' 이며, 2011년 주제는 'Satellite', 2010'Futurity Now', 2009년의 주제는 'Deep North' 이었다.) 국내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보다 개인적인 경험을 외연화 하거나 기술적 감흥과 결합된 작품 경향을 선보이고 있다면, 트랜스미디알레를 비롯한 해외의 미디어아트의 주제를 살펴보면 미디어를 통해 사회의 주요한 이슈들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거나, 리서치를 통한 개념적 접근들이 눈에 띈다.

위키피디아에 기반하여 그들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Scott KildallNathaniel Stern<Wikipedia Art>,

트랜스 미디알레 2011 노미네이트 작품 


콜탄(Coltan) 생산이 야기한 아프리카 콩고의 노동 착취 및 자원문제를 다룬Graham Harwood, Richard Wright, Matsuko Yokokoji<Tantalum Memorial>, 트랜스미디알레 2009 노메네이트 작품  


매 시간 세계의 바다로 들어가 오염시키고 있는 플라스틱 조각의 수를 이용하여 파도 모양을 만든 Chris Jordan <Gyre>,  Ars Electronica 2010 : Repair 출품작품  


이외에도 'Uncontainable' 이란 주제로 기반으로 예술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화적 맥락에 접근했던 'ISEA 2011' 이나 캐나다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ELEKTRA 12', 브라질 상파울의 'FILE 2011' 에서도 유사한 사회적 이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더이상 미디어아트가 스스로의 기술적 속박에 묶여있지 않으며 보다 진지한 미디어의 속성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자 시도함으로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미디어아트는 기술 미디어를 사용한다는 그 본질적 특성때문에 스스로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즉 기술적 놀라움에 비해 그 작품이 지닌 예술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그것인데, 현재의 흐름들은 그러한 미디어아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더 이상 예술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내용과 주제 그리고 형식이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또 다른 세계이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미디어아트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이러한 세계로 가는 가장 흥미롭고 손쉬운 열쇠를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월간미술 2011년 11월호 기고글



관련사이트

 

Ars Electronica

http://www.aec.at/news/

Transmediale

http://www.transmediale.de/ 

FILE (Electronic Language International Festival)

http://filefestival.org

ELEKTRA 12

http://www.elektramontreal.ca/2011/#/festival_info/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