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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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공간의 탄생. 0과 1 사이의 변주곡

yoo8965 2015. 11. 14. 20:12

사이 공간의 탄생. 0과 1 사이의 변주곡
: 2015 KGIT DIA Show 공공 전시 프로젝트, ‘D-Scape'



   공간은 말 그대로 비어져있는 간격이다. 간격을 채우는 ‘비움’은 그 자체의 의미 이상의 맥락적 완결성을 확보하지는 못하기에 우리는 일찍이 비움과 채움의 과정을 통해 마주하는 ‘공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간격은 수치이며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는 기준으로 통용되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간격이 그리고 기준화된 치수가 고정적인 물질적 전제 속에서 기능하는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까지 상정해왔던 공간은 현재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잠재적 가능성을 발현시킬 수 없는 제한적 의미를 지녀왔다. 최근 공간 담론에서 의미가 부여된 장소에서 오히려 비장소를 역설해왔던 것은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인  혹은 문화 사회적인 기능 변화의 측면에서였다. 공간에 부여된 다양한 기능들이 본래의 한정적 의미를 벗어나기에 그 장소는 고유한 장소성에서 탈피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장소로서의 비움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탈 맥락적 흐름이 기존 공간이 지닌 제한적 기능으로부터 파생된 것임을 상기해본다면, 이 역시 우리가 인식하는 공간의 본질적 변화로 언급하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물리적 존재-기반을 뛰어넘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놓여있다. 공간을 구성했던 물질적 매체는 디지털 이미지와 연동하여 그 구체적 모습과 양태를 달리하며 우리를 맞이한다. 이는 공간이 지닌 사유의 확장이자 기존 공간과 공간 사이에 은폐되어 있었던 숨겨진 공간의 드러남이다. 이것이 지닌 의미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그 잠재적 가능성의 발생 순간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실험하며 끊임없이 모색할 뿐이다.

   KGIT의 이번 전시 <DIA Show (Diversity In Art)>는 이러한 사이 공간이자 사유 공간으로서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이다. ‘KGIT’의 다양한 연구실(UBIA연구실, 확장미디어스튜디오, 뉴미디어바이오연구실, VCAR연구실, MC4연구실)이 함께 참여하여 실험적인 영상과 미디어설치, 관객 참여형 공공예술 등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앞서 언급한 새로운 공간, 즉 ‘D-Scape'를 조명한다. 전시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시각을 통해 유기적 공간을 탐색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시선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적 공간에 대한 이창기, 이대준, 양연희의 탐색으로부터 파생된 사진 및 영상 작업을 시작으로 (<가만히 있어라>, <DOT>, <우발적 풍경>) 복합적인 극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박순영, 문성식의 <북아현 코스모스>, 생태 환경에 관한 사진과 영상의 복합 작업인 백승혜의 <내겐 소중한 꽃 부관베리> 그리고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덧씌운 박소라의 <blank/scratch>와 문정혜의 <이순간(This moment)>, 김은솔의 <complex>는 우리의 현실 공간에 침투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역설을 잘 드러낸다. 디지털 이미지에 의한 나타나는 현실 공간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인식 속의 물리적 공간 개념이 일종의 팬터지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위의 작업들이 현실 공간의 기초로 한 새로운 공간과 사유에 대한 접근이었다면, 길시은의 <루쏘와 친구들>과 장세영의 <동상이몽>은 보다 직접적인 변화하는 우리 환경에 대한 관찰이다. <루쏘와 친구들>의 경우, 모바일을 통해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을 연동시키며 변화된 우리 삶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으며 <동상이몽>은 디지털 환경이 기존 공간과는 달리 그 속에 상주하는 사람들의 개입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물론 이번 전시는 우리의 공간 개념에 대한 완결된 리포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화하는 과정에 놓여있는 우리의 공간이 지닌 잠재성 만큼이나,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적 접근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잠재력 가능성은 그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가들이라는 사실과 함께 더욱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아무쪼록 그들이 제시하는 미완의 ‘D-Scape'가 우리의 앞으로의 공간을, 그리고 환경을 더 나아가 그들의 미래를 조명하는 새로운 사유 공간으로 완성되기를 희망한다.



2015 KGIT DIA Show 공공 전시 프로젝트, ‘D-Scape' 전시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