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예술은 변명하지 않는다!!?? 본문

Arts & Artists

예술은 변명하지 않는다!!??

yoo8965 2006. 8. 29. 01:52
아래는 와이어드 뉴스의 편집부장인'토니 롱(Tony Long)'의 8/20일자 wired 문화란의 기고글입니다.

아날로그 사진에서 디지털 사진으로의 변환 시기를 겪어본 사진애호가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글이지만, 그의 견해는 예술 및 예술가에 대한 정의에는 그(것)들이 처해있는 환경적 정황 및 요인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있는 듯 합니다. 때문에, 글 전반에 걸쳐 흐르는 예술(예술가)에 관한 정의가 다소 성급하게 느껴지네요^^;


아래는 토니 롱' 기고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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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변명하지 않는다

글 다듬는 일을 내 직업으로 결정하기 전, 나는 다른 많은 가능성들을 고려했다. 메이저 리그 야구선수, 전문 스쿠버 다이버, 포르노 스타, 선원. 하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특히 마지막 것은 순전히 환상이었다. 따분한 화물선 기관실에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원고 편집이라는 직업을 냉큼 선택해 전문성이 애매모호한 일에 뛰어들기 전에 내가 심각하게 고려했던 직업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사진가였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나는 카메라를 꽤 잘 다루었다. 구도를 보는 눈이 있었고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암실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했다. 사실 나는 촬영만큼이나 현상 일도 좋아했다.

많은 경우, 암실은 진정한 예술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필름 원판(negative)은 당신의 원재료다. 장비와 사진의 소재에 따라, 나는 35mm에서 8x10까지 모든 형식을 다루어보았지만 일단 필름이 확대기 안에 들어간 이상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암실에서 “예술사진(photograph)”을 들고 나오느냐 아니면 그저 “스냅사진(snapshot)”을 들고 나오느냐가 결정된다. 무엇을 잘라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여기는 검게 태우고, 저기는 약간 흐리게 한다. 이런. 필름에 저 보푸라기는 어떻게 나타난 거지? 정지욕(stop bath: 현상액의 활동을 중지시키는 처리과정) 동안에는 손톱 밑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딱 맞는 인화용지도 골라야 한다.

즉, 그것은 노동이다. 정직한 땀과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작업을 마치고 자신이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가 디지털 사진에 대해서는 열정을 품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디지털의 이점들은 너무나 분명하다. 저장이 쉽고, 바로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으며, 필름이 필요 없고, 원하지 않는 이미지는 다시 찍을 수 있으며, 만약 결과가 당신이 바라는 대로라면 암실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은 기동성과 간결성이 생명인 사진기자에게는 의미가 있으며, 동네에서 술 취한 친구들의 모습을 스냅 촬영할 때도 유용하다.

하지만 “사진을 만들 때”는? 예술을 만들 때는? 전혀 쓸모가 없다.

디지털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재미있는 놀이의 일종으로, 다 마쳤을 때 결과물이 겉으로 봐서는 훌륭한지 몰라도 실제로 붓을 들어 캔버스에 칠한 게 아니라면 당신은 미술가가 아니다. 그저 훌륭한 안목을 가진 기술자일 뿐이다.

소위 그래픽 아티스트라는 사람들 중에 직선을 그을 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다. 확실히, 그래픽 “아티스트”는 잘못된 명칭일 때가 있다. 아마도 그래픽 “촉진자(facilitator)”라 불러야 되지 않을까 싶다.

코가 어디 붙어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던 피카소는 컴퓨터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컴퓨터는 쓸모가 없다. 컴퓨터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곤 해답뿐이다.” 내 냉장고 부착용 자석에 씌어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말을 안다.

그러나 피카소의 말은 옳다. 최소한 창의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말이다. 무언가를 쉽게, 많은 사람들이 달성할 수 있게 하는 행위는 창작의 의미를 축소시킨다.

아마 모네도 맥(Mac)으로 수련(water lily)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앤셀 애덤스(Ansel Adams, 유명 사진작가)도 요세미티(Yosemite) 여행에서 찍은 엄청난 양의 사진들을 컴퓨터에 업로드한 뒤 포토샵으로 손질해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똑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전문 사진작가가 두 명 있고 본격적인 취미로 사진을 찍는 친구들도 있으며, 모두 훌륭한 안목을 갖고 있다(여전히 이 특정한 취미를 위해서는 최고의 스킬이다). 그들은 모두 탁월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아무도 현상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프로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문적인 현상소에 맡기는 반면 몇 명은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존한다. 내가 아는 한, 그렇게 하면 사진이라는 창의적인 과정의 50퍼센트는 사라진다.

훌륭한 사진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예술이라고는 부르지 말라.

By Tony Long


http://wired.daum.net/culture/digiwood/article00813.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