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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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2018을 돌아보며: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yoo8965 2020. 10. 6. 21:16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2018을 돌아보며
: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글. 유원준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2018 총감독)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 지난 12월 7일 막을 내렸다. 페스티벌의 본 전시는 10일간의 일정(2018. 11/28 ~ 12/7)으로 다소 짧은 편이었지만 여름부터 진행되었던 교육 프로그램 및 예술리서치 프로젝트, 페스티벌이 종료된 이후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협력 전시까지 아울러 생각해보자면 그 여정이 그리 짧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작품의 철수 이후 마주하는 빈 전시 공간은 애써 외면하고 싶은 행사에 관한 아쉬움으로 갈무리된다. 그렇기에 행사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획자의 소회는 그리 냉정하고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오히려 따뜻하고 살아 숨 쉬는 호흡으로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필자는 금년도 행사의 감독을 맡기 전까지 광주에서 진행되는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을 그리 잘 알고 있지는 못하였다. 국내외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연구하고 소개하며 비평/기획을 하는 스스로의 입장으로는 다소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러한 지점을 역으로 생각해 보자면 그것이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며 행사를 기획하는 이들이 전제해야 하는 사항이 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행사에 관한) 인식 부족은 필자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광주에서 예년부터 진행되어오던 광주비엔날레 및 국립 아시아문화의 전당이라는 중요한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지점인데, 미묘한 부분은 이러한 광주 지역 내의 기존 행사 및 기관과의 연결성에서부터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 대한 접근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주광역시는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 또한 대중들에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다. 따라서 아직까지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광주에서 지속되어왔던 행사 및 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금년도 페스티벌은 국립 아시아문화의전당 (복합 2관)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종료된 이후 바로 개최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국내 미술 현장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웃나라 일본 및 해외의 경우, 자국의 (미디어) 아트 및 아티스트를 육성하기 위해 도시 내의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순회전시를 하고 공동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어 해외에 진출시킨 사례들이 종종 있었던 반면 국내의 경우 그러한 협력적인 발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행사를 기획함에 있어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역시 광주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이었다. 이 부분은 광주비엔날레 및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여타의 행사들 모두가 공유하는 딜레마일 것이다. 지역적 맥락을 강화하자니 페스티벌이 가져야 할 보편적 주제 의식이 결여될 수 있고 보편적 특성을 강조하다보면 지역의 특수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2018은 ‘알고리즘 소사이어티 : 기계-신의 탄생’을 주제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인하여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따라서 광주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다만, 그것을 보여주는 형태에서는 지역이 지닌 특수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가령, 광주가 가진 역사적 맥락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거나 광주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방식의 작업들을 작가들에게 요청하였으며 감사하게도 참여한 작가들은 흔쾌히 광주라는 맥락을 자신들 작품의 주요한 내용 및 배경으로 설정하여 신작을 발표하였다.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 여름부터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예술-리서치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개인적으로 해당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화-사회적 문제들을 예술적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은 현대 예술에서 주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자 지역 페스티벌이 강력하게 큐레이팅해야하는 부분이라 간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술 행사로서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행사의 주제 및 작품 선정에 있어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보다 전문적인 예술 행사로서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는 주최기관인 광주문화재단의 지향점을 중심으로 페스티벌의 주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세금으로 구성되는 행사인만큼 일반 대중,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접근 포인트를 구성하기 위해 본 행사와 연결되는 다른 프로그램들 (개막식, 사전 교육 프로그램 및 예술 리서치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하였다. 또한 해외 작가와 지역작가, 유네스코 창의 도시들 간의 교류 역시 신경을 쓴 부분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요소들이 페스티벌을 구성하기 위한 전제로서 선결되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다양성을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며 페스티벌 규모에 부합하는 예산 역시 필요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구성과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 및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의 구축은 너무나도 당연한 행사의 전제가 된다.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2018은 이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내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광주광역시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행사를 준비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광주 시민들에게 혹은 다른 도시의, 다른 국가의 일반 대중 및 예술인들에게 보내는 광주의 러브레터와 같다. 부족함이 많은 행사였을지 모르겠지만 금년도의 러브레터가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궁금하다. 부디 누군가에게 가슴 뛰는 순간으로 또한 새로운 경험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2018년 12월. 전남일보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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