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박형준 <떠다니는 신체> / 자아와 타자 : 내부-외부의 소통의 길 본문

Arts & Artists

박형준 <떠다니는 신체> / 자아와 타자 : 내부-외부의 소통의 길

yoo8965 2015. 11. 14. 18:46

박형준, <떠다니는 신체 (a floaRng body)>, 2014


   박형준의 작업은 우리의 내면에 관한 탐구이다. 그의 작품 <떠다니는 신체 A Floating Body>는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스스로의 신체를 스캔한 영상 이미지인데, 우리는 이로부터 신체 내부에 관한 상상하기 어려운 생소한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우주 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우주가 있다’라는 고대 인도의 우파니샤드(upaniṣad) 철학, 즉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직접적인 촬영 영상을 통해 나타난 우리 몸 속 장면들은 낯설고 생경하여 마치 새로운 세계를 항해하고 탐사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상은 우리의 장과 위를 통과하여 폐와 심장을 지나 뇌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하나의 여정처럼 그려진다. 매우 익숙한 몸 속 장소이자, 장기들일지 모르지만 그 모습이 마치 고정되지 않고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도 자신의 몸 속의 우주와 진지하게 마주한 적은 없다. 따라서 우리의 내면은 우리의 인식 속에 가깝고도 멀리 있으며 내부이지만 외부와 함입되고 자아와 타자가 교차되는 그러한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MRI는 자기장을 발생하는 커다란 자석 통 속에서 고주파를 발생시켜 신체부위에 있는 수소원자핵을 공명시켜 각 조직에서 나오는 신호의 차이를 측정하여 컴퓨터를 통해 재구성하여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적 설명은 앞서 언급한 우리의 무지를, 그리고 자아와 내부에 관한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려는 인류의 시도이자 소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오히려 내면에 관한 궁금증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설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가령, ‘우리에게 영혼이 존재하는가?’, ‘영혼이 존재한다면 어떠한 형태일까?’ 그리고 ‘그곳이 존재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등의 일상적인 그러나 초과학적인 질문들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시도가 질문에 관한 적합한 대답이 아님을 쉽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떠다니는 신체>는 MRI 스캔시의 비디오 촬영 영상과 그것을 스캔한 1000장의 이미지로 구성된 작품인데, 신체 내부에서 영혼을 탐색하는 과정을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차원의 감정적 인식을 유도한다. 첫 번째는 스스로의 몸이 제약된 상황에 관한 주체적 인식이며, 두 번째는 그러한 제약에 묶인 신체를 타자화 된 시선으로 관조하는 객관적 차원의 것이다. 전자는 신체 내부의 영상/이미지를 스스로의 몸에 투영시켜 보편적 신체의 이미지를 경험케 만들며, 후자는 마치 새로운 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유사-항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두 가지의 인식 과정은 결국, 자아와 타자간의 소통의 차원으로 회귀한다. 박형준이 의도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더군다나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지는 <떠다니는 신체>는 특히 스카이로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또 다른 맥락을 획득하는데, 공공의 장소에서 가장 개인화된 공간으로서의 우리의 몸이, 타자의 우주로부터 자아가 지닌 내면으로의 길로서 그려지는 셈이다.   




대전시립미술관, <The Brain>전, Skyload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