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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한계와 가능성 : 기안84와 조석 사이

yoo8965 2012. 7. 6. 16:36


   최근, <패션왕>을 연재하던 '기안84'라는 웹툰 작가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발단은 작가가 연재하던 웹툰 <패션왕>을 2달간 휴재한다는 사실이었지만, 그저 휴재라는 이유보다는 해당 작가가 현재까지의 연재에서 웹툰이 갖는 나름의 형식(요일에 맞추어 업데이트를 하는 등의)을 지키지 않았다는 성토?와 스토리에 관한 불만이 함께 제기되어 논란이 불거져가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작가'라는 칭호를 남발하지 말자'라는 댓글까지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웹툰을 보는 관객들에게 당장의 구독료가 요구되지 않음으로 이러한 논란과 비난은 옳지 않다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왜 이러한 논란이 발생할까? 물론, 이러한 상황은 '기안 84'라고 하는 웹툰작가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지적과 그 스토리를 기다리기 힘들다는 불평아닌 불평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은 해당 작가 및 작품에 관한 반응만은 아니다. 더구나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단순히 다양한 구독자의 각기다른 의견일 뿐이다라고 정리하고 끝내기에는 왠지 찜찜하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까?


여기서 웹툰이라는 형식을 다시금 생각해보자. 웹툰은 말 그대로 웹(Web)에 올려진, 웹이라는 환경에서 제작된 만화((car)toon)이다. 웹툰은 만화방에 가지 않아도, 오프라인 형식의 인쇄된 만화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언제라도 웹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면 편하게 구독할 수 있다. 더군다나 스마트한 모바일 환경 덕에 이러한 접근성은 더욱 확대된다. 따라서 현재, 만화 작화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웹이라는 세계는 기본적인 사양이 갖추어진 개인용 컴퓨터만 가지고 있으면(당연히 인터넷이 연결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화적 환경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만화잡지사 및 출판사와의 접선?을 통해 원고를 검증받고, 만화 에디터들의 비평을 거쳐 지면을 할당받던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 다이렉트로 관람객 및 구독자와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웹툰의 특이점을 분석해보기 위해선 이러한 창작과 유통의 프로세스 이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에 관하여 생각해봐야 한다.


   웹과 모바일 환경은 인쇄 매체를 발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소비하던 풍경이 현재에는 주머니 속 모바일 폰으로, 보다 확장된 형태인 태블릿 컴퓨터로 진화해간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 내지는 변화에 섣부르게 무임승차하려고 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왜냐하면 인쇄매체와 인터넷매체, 오프라인 매체와 온라인 매체는 유사한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웹툰은 인쇄된 만화책의 지면을 스캔해서 웹에 올리는 단순한 매체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초기 웹툰을 감상하기 위한 디바이스는 컴퓨터였다. 컴퓨터는 책처럼 휴대하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는 아니다. (물론, 랩탑의 경우엔 보다 이동성이 증가하긴 하지만 당시의 랩탑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해보라.) 따라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전환된 만화 이미지를 보는 것은 상당히 고역스러운 경험이었다.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통한 만화의 내용은 대사가 많거나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은 다소 단순하고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해갔다. 물론 이후 웹툰을 감상하기 위한 디바이스는 다양해졌고, 소비의 형태 또한 변화했지만, 아직까지도 웹툰은 과거 만화에 비해 내용이 단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웹툰의 특성을 생각해볼때, '기안84'의 웹툰 <패션왕>의 인기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패션왕>은 스토리라인이 복잡하지 않다. '교복'이라는 학생들에겐 다소 억압적인 환경에서 피어나는 패션에 대한 열망을 재치있게 풀어놓고 있으며, 등장인물 또한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던 특정 연예인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때문에, 독자들(특히 중,고생 독자들)은 쉽게 그러한 상황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이입과 이해를 가능케 하는 것, 그리고 현재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것은 분명 작가의 역량이다. <패션왕>은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잘 들어가 있는 웹툰이(었)다. 그러나 명작 만화라고 불리우는 만화들은 시대를 관통한 이해의 폭과 관람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패션왕>의 최근 내용은 이 만화에 열광했던 혹은 흥미롭게 지켜봤던 독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만화 스토리가 처음부터 그리 탄탄한 편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으로나마 유지되었던 '패션'이라는 주제 의식도 약해졌고, 불필요한 (혹은 주제를 약화시키는) 다소 뻔한 로맨스 스토리 및 TV에 영향받은 서바이벌 쇼 등이 만화의 소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정황들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비판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웹툰에는 항상 독자들이 구독료를 직접적으로 내는 형식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며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부당하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적절치 않다. 독자들은 각 포털이 제공하는 웹툰을 보기 위해 해당 포털의 인터페이스와 마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포털의 주요한 수익 수단인 광고 수익이 직,간접적으로 발생한다. 포털은 사용자의 클릭 한번, 페이지에 놓여질 시선 등과 같은 미세한 사용자의 행동에 주목하며 그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명작으로 추대받는 웹툰들의 경우에는 웹툰의 형식과 그 장점을 잘 살린 경우가 많다. 강풀의 초기작품들은 웹툰이 가진 행간의 여백까지 활용하며 웹툰의 형식미를 제시했다. 물론, 강풀의 경우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웹툰 자체의 인기도 이후의 영화나 연극이라는 다른 매체로의 전환도 가능했을테지만 말이다. <순정만화>의 경우, 기존 만화가 가지고 있던 프레임이 존재치 않는다. 물론, 매체 자체의 한계가 있기에 수직적 전개를 통한 제한적 프레임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기존 만화와는 다른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최근 조석의 웹툰을 보다보면 작가가 가진 호흡이 얼마나 웹툰이라는 형식에 잘 맞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웹툰은 기존 만화와는 달리 보다 짧은 호흡의 재치있는 대사가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웹툰에도 스토리 전개에 따른 장편이 존재하며, 소비 디바이스가 다양해 짐으로서 기존 만화의 장르들을 흡수하고는 있지만, 웹툰의 형식미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짧은 단편들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기존 만화가 수평적 페이지 넘김을 통하여 스토리를 전개했다면 웹툰은 수직적으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며, 기존 만화의 몇 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 자체가 하나의 페이지에서 구성된다. 웹툰은 만화 작가, 즉 창작자들에게 그리고 소비자(독자)에게도 활짝 열려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한때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어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대적으로 쉬운 접근성이 작품의 퀄리티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에 분명 경계해야 한다. 만화가 또한 관객과 독자, 소비자를 전제한 창작자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작가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따라서 그들이 일정 정도 이상의 작가로서의 혹은 창작자로서의 기본적 의식과 개념을 갖추어주기를 바란다. 또한 자신들의 일터인 웹이라는 공간 및 형식에 관한 이해 또한 전제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웹이 지닌 특성은 웹툰에 있어 일정 정도의 차별화된 형식으로 전제되며 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 보다 좋은 작품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더 좋은 작품들이 웹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