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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Johan Huizinga, ≪Homo Ludens, A Study of the Play Element in Culture≫ 본문
Johan Huizinga, ≪Homo Ludens, A Study of the Play Element in Culture≫
yoo8965 2008. 2. 20. 13:54
인간을 규정하는 다양한 수식어구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강조점을 달리하여 왔다. 가령,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 이라던지 ‘만드는 인간(Home Faber)’ 이라는 인간에 관한 규정들은 분명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종족의 특성으로서 또한, 다른 동물의 종과는 다른 기능적 차별점으로부터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에 관한 수식이 인간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것 이외에, 그 시대의 정신과 연결되어 인간이 지닌 특성을 찬미하고 발전시키는 용도로서의 사용됨은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는 인간의 문명이 놀이로서, 또 놀이 속에서 발생하고 전개되었다는 확신에서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으로 규정한다. 1938년에 발표된 ≪호모 루덴스, 놀이와 문화에 관한 한 연구≫는 이러한 호이징하의 주장을 충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연구서이다. 호이징하는 이 책에서 문화의 하위 개념으로서의 놀이 및 유희성이 아닌, 유희적 특성과 그것이 투영된 놀이라는 요소로부터 인간의 문화와 문명이 발달되었음을 시사한다.
책은 이러한 호이징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이 놀이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의 놀이 표현에서부터 중세 문화에서의 놀이 요소, 심지어 전쟁과 법률, 예술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방면에서의 놀이 개념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19세기 이후 우리의 문명이 점차 놀이의 요소를 상실해가고 있음을 비판하며, 놀이 요소가 없는 문명 혹은 페어플레이가 전제되지 않는 문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호이징하의 분석은 유희적 놀이를 한 시기나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인류의 모든 영역에서 발현되는 보편적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는 반면 비판의 여지도 제공한다. 그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과의 비교가 때로는 비약적 논리의 전개라고 느껴지기도 하며, 결국 인간의 문화사에서의 놀이의 변질에 대해서도 계몽적인 태도만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서구 중세사 연사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의 형태들을 사례로 충실히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유희적인 특성을 강조하며 등장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의 형태들을 분석함에 있어서도 호이징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그는 그의 연구 곳곳에서 놀이와의 중요한 연결 지점으로 예술에 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는 인간의 놀이 본능이 예술 영역에서 발견되는 근원적 조형 욕구와 연결되고 있음을 서술하며, 논리와 인과 과정, 관념과 판단의 영역이 들어서기 전 인간에게 유희적이고 자유로운 혹은 자연스러운 영역으로서의 놀이의 영역을 산정하고 예술이 지닌 감성적이고 유희적인 영역으로부터 그 연결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호이징하의 분석은 현재의 예술과 게임(유희성 및 놀이)의 공약지점을 찾으려는 시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게임의 경우에도 그 본질이 놀이의 형태라는 점에서 예술 혹은 다양한 문화 현상과의 연결점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목차 |
001. 문화 현상으로서의 놀이의 본질과 의미 002. 놀이 개념의 언어에서의 표현 003. 문화를 창조하는 기능으로서의 놀이와 경기 004. 놀이와 법률 005. 놀이와 전쟁 006. 놀이와 지식 007. 놀이와 시 008. 신화적 시의 요소 009. 철학에서의 놀이형식 010. 예술에서의 놀이형식 011. 놀이의 아종으로서의 서구 문명 012. 현대 문명에서의 놀이요소 |
1905년는 은사이며 역사학자인 블로크(P. J. Blok)의 도움으로 흐로닝헨 대학의 네덜란드 역사 교수가 되었다. 1915년에는 라이덴 학의 일반 역사학 교수로 자리를 옮겨 1940년 독일군의 점령으로 그 대학이 문을 닫을 때까지 그곳에서 강의를 하였다. 그는 독일 점령 치하에서 독일을 비판함으로써 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1942년 석방되어 가족의 면허조차 금지된 채 겔데른(Geldern)의 작은 시골집에서 1945년 2월 1일에 72세로 영면했다.
[인터파크 제공]
* 본 리뷰는 앨리스온 2월호에 개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