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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미대를 나와야 작업하나요?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경로에는 항상 보다 빠른 길과 좀 더 에둘러 돌아가야 하는 길이 존재한다. 다만 어떤 길이 더 경치가 좋을지 혹은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될지 심지어는 어떠한 길을 통해 결국 목적지에 더 빠르게 도달할지를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이들의 시작도 그랬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는 가득한데, 그들의 시도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공대의 프로그램 안에서는 설명되기 어려웠다.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누군가 그들의 시도를 폄하할 때쯤, 그들은 자신들이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 보이드(Team VOID)의 시작은 이러했다. 자신들의 시도는 쓸모없는 무언가로 보기엔 거창했고 그렇다고 취미라고 보기엔 진지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였음에도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시도에 겸손할 수 있었다. 왜냐고?, 그들은 아직 미술을 잘 모르니까, 아직 무언가 채워져 있는 상태가 아닌 비어 있는(Void) 상태이니까.
 

‘공대생들이 만든 미디어 아티스트 팀’

“예전에 저희 작업실은 청계천 세운상가에 있었습니다. 대부분 기술 관련 회사들과 작은 공장들이 위치해 있는 곳이죠. 하루는 며칠 동안 납땜을 해야 했는데, 창문을 열어놓고 납땜을 하다가 문득 밖을 보니 석양이 너무 멋있어서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모든 주변과 상황은 여지없는 공대생 모습이었는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순간이 굉장히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요즘도 작업이 힘들거나 고민이 되면 그 당시를 많이 돌이켜 보곤 합니다.”

미디어아티스트 팀 보이드(Team VOID)는 송준봉, 배제혁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기계 공학과 전자 공학도였던 이들은 온전히 자신들만의 창작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존의 예술과는 다르지만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이 더해질 때, 온전히 새로운 무엇이 창조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했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은 우리가 아는 미술 혹은 예술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고 결과물 또한 상이했다. 가령 회화 작가가 대상을 마주하며 그것의 외관을 탐색할 때 그들은 대상 속에 숨어있는 규칙을 궁금해 한다. 결국 그들의 작품이 컴퓨터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저희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은 아이디어, 설계, 프로토타이핑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엔지니어링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이디어 과정에서 많은 질문과 논의를 하고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시각적인 형태를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저희가 원하는 패턴 혹은 이미지를 구체화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작품의 모습이 점차 저희가 상상했던 모습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가 가장 즐거운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P-LUNA, media installation, teamVOID, 2015



* 바람난미술. 팀 보이드 (연재, 1부)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1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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