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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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 Benz SL 55AMG에 관한 단상

yoo8965 2022. 8. 17. 22:08

기록 차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혹은 소장했던) 차량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2년 남짓 운행하고 있는 'Mercedes Benz SL 55AMG'에 관한 내용입니다.

 

* 클리앙(clien.net)에 스톰힐 님께서 이 모델에 관하여 자세히 소개해 주셨더군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car/7607211)

 

하드탑 컨버터블 차량들을 운행해본 분들은 결국 메르세데즈 벤츠의 SL 시리즈를 염두에 두곤 합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아마 다수의 차량 애호가들은 이 말에 동의할거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SL이 지닌 독특한 위치 때문입니다. 마쯔다의 미아타를 시작으로 BMW의 Z3나 벤츠의 SLK, 포르쉐 박스터 등 다양한 차종들이 등장하였지만 이들 모두 경량의 작은 차체 기반의 민첩한 움직임을 강조하곤 했죠. SL은 2인승 로드스터지만 S클래스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크기가 작지 않습니다. 물론 무게도 SLK와 비교해보면 1855kg 가량으로 300~400kg이나 무겁습니다. 크고 무거운 로드스터인 동시에 출고가가 매우 비싼 차량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당시 최첨단의 장비들을 잔뜩 넣어놓았죠. 현재 에어 서스펜션의 전신격이라 할 수 있는 ABC(Active Body Control) 시스템이라던지, 스마트한 브레이크 시스템인 SBC(Sensotronic Brake Control)와 같은 것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첨단? 장비들이 SL을 구매하려는 이들, 특히 현재의 시점에서 운행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엔 포르쉐 박스터(981) 차량을 시작으로 컨버터블 차량을 경험해 본 이후 다수의 차량들을 소장-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수월했던 벤츠의 R171 버젼 SLK 200을 시작으로 350amg - BMW의 Z4(e89) - 325i(e46) - 335i(e93) - 986 Boxter 등을 거쳐왔습니다. 그런데 해당 차량들을 어느정도 운행해보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느껴집니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은 모두 가볍고 경쾌한 로드스터의 본분을 잊지 않은 차량들입니다. SLK의 경우 BMW나 포르쉐 계열의 차량들보다는 약간 굼뜬 거동이나 핸들링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SL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차체의 크기 때문인지 좀 더 가볍게 운행할 수 있습니다. SL은 이러한 차량들과는 매우 성격이 다릅니다. 앞서의 차량들이 굽이치는 와인딩 도로에 적합한 로드스터라면 SL은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같은 쭉뻗은 도시 고속도로를 혹은 아주 한적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 자적하게 주행하기에 적합한 차량입니다. 최근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8기통 차량에 관한 향수어린 글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SL은 이러한 8기통 모델 중에서도 매우 젠틀한 느낌의 차량입니다. 동시에 모델의 정체성 탓인지 주행의 느낌이나 차체의 만듦새 모두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하다못해 컨버터블 차량, 특히 하드탑 모델들의 숙명인 탑의 잡소리조차 SL은 매우 제한적으로 느껴집니다.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감당하기에는 좀 벅찬,,, 가격이나 유지비 등도 그러했지만,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거동의 특성 또한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보니 그 여유로움이 좋아지더군요 ㅎ 현실적으로 내려온 중고가 가격이나 SLK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시던 성지?라고 불리는 뉴페이스 사장님의 조언(가져올테면 가져와봐라 류의... ㅎ)도 한몫 했습니다. 사실 당시 운행하던 차량을 점검하기 위해 샵에 방문했을때 너무 매력적인 SL을 마주하게 되어서,,, 당시 타고 있던 M4(f82)를 아는 딜러분에게 던져버리고 가져오게 되었죠. 제가 소장하고 있는 모델(R230)은 수퍼차져를 사용한 55amg 버젼입니다. 전 브랜드를 불문하고 2000~2010년 사이의 차량들을 좋아합니다. 현재 차량들의 디지털 기기같은 느낌보다는 기계적이고 아날로그 적인 조작과 인터페이스가 좋습니다. 최근의 SL의 신모델(소프트 탑으로 바뀌었더군요^^;)이나 R231도 멋지지만 너무 비싸기도 하고 디자인도 제게는 R230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원래 '땅콩 헤드라이트'로 유명한? 차량인데, 전 페이스리프트된 65amg 차량의 외형으로 컨버젼된 모델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본래의 그 상징적인 헤드라이트도 너무 이뻐 보이긴 하는데 차량을 수배할 당시엔 너무 구형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거든요^^;

 

배기 사운드도 왠지 어른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낮게 깔리는 그르릉대는 소리가 너무 크지 않게 들려 오히려 좋습니다. 63amg 계열의 사운드와는 또 다르지만 55amg 만의 느낌이 분명 있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사운드를 좀 더 크게하기 위해 배기 튜닝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주변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ㅎ

 

핸들도 신형 핸들로 바꾸어주고 분기별로 엔진오일과 하체 쪽 부품을 갈아주며 관리하고는 있는데 현재 소유하고 있는 차량들이 좀 늘어나다보니 한달에 한두번 정도밖에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듣기로 SL은 배터리가 앞, 뒤로 2개씩 들어가는 차량이라 배터리 관리도 중요하다고 하던데 다행히 제 경우엔 배터리가 문제된 적은 없으며 방전된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차량 운행을 잘 못하는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관리만 하다보니,,, 약간 집사가 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더군요 ㅎ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SL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아마도 다시 그리워 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