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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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Internet Art !!???

yoo8965 2018. 7. 6. 21:09

Digital image from Kari Altmann’s project “Hhellblauu,” 2008



Q. ‘포스트 인터넷’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이 용어는 현실의 예술 실천을 어떻게 포괄하고 있다고 보는지?

A.

포스트 인터넷 개념은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마리사 올슨(Marisa Olson)’이 처음 제창한 개념에서는 조금 벗어나서 정립되어 가는 듯 하다. 물론, 이 개념이 학술적이고 보편적인 텀(term)으로서 규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포스트 인터넷 개념이 지닌 확장적인 의미 해석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대치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현재 특정 작가군 및 흐름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파급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예술 실천은 포스트 인터넷의 개념으로 한정짓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인터넷의 특성이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도 유비적 구조로 시행되는 실천적 사례들은 포스트 인터넷이라는 범주 안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포스트 인터넷을 초기 인터넷 시기의 넷아트 및 웹아트, 네트워크 아트 등의 일련의 시도(장르에 대한 마케팅적 시도를 포함하여)와 단절시켜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초기의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연구하여 진행되었던 일련의 사례와 현재의 넷 상을 벗어나 시행되는 실천들 사이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연구하는 것이 ‘포스트’라는 수식어구에 관한 현재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포스트 인터넷’의 범주에 속한다고 여기는 아티스트, 큐레이터, 기관을 말해달라. 그리고 ‘포스트 인터넷’의 전신에 해당한다고 할만한 미술사조나 작가, 큐레이터 등이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누구일지?

A.
기관으로는 리좀(Rhizome.org)의 초기형태가 포스트 인터넷 개념에 적합할 듯 보인다. 현재의 리좀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리좀은 오히려 포털의 성격을 지닌 기존 인터넷의 개념으로 회귀한 듯 하다. 따라서 뉴 뮤지엄(New Museum)과의 분담 영역이 구체화되기 전 실험적이었던 과거의 모습이 오히려 포스트 인터넷 개념에 어울린다.

또한 베를린의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s.org)의 경우에도 포스트 인터넷의 실천적 개념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 물론 다른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는 기관이지만, 핵티비즘(Hacktivism)을 기반으로 기술적 네트워크를 확장해가는 모습에서 포스트 인터넷의 실천을 느낄 수 있다.

아티스트로는 국내에서도 몇 차례 전시를 진행했던 아람 바르톨(Aram Bartholl)과 올해 상해에서 개인전을 진행했던 존 제라드(John Gerrard), 이론가/행정가로는 로빈팩햄(Robin Peckham)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국내의 작가/큐레이터의 경우 포스트 인터넷이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기술적 차원에서 인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개념으로 언급할 수 있는 인물이 적절하지 않다. 다만, 정체성 자체가 포스트 인터넷 개념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최태윤 작가, 매우 혁신적인 방식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김가람 작가 그리고 네트워크의 대안적 맥락에서 최찬숙 작가 등을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뮌(Mioon)의 경우 다소 정치적인 방식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위는 오히려 포스트 인터넷의 본질에 닿아있다고 본다.


Q. ‘포스트 인터넷’ 관련 담론의 양적 증대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 이는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A.
긍정/부정으로 선명하게 구분짓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본다. 모든 예술이 시대의 반영체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일정 정도 이상의 예술 흐름은 결국 시대의 잠재적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포스트 인터넷이 지닌 기술-매체를 포괄한 광범위한 실천적 제안들이 예술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다만, 그 용어가 사용되는 환경적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그러한 수식이 역설적으로 포스트 인터넷적인? 행위를 시도하는 작가나 큐레이터들의 개념적 맥락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직까지도 ‘뉴미디어’로 예술을 수식하고 대안적으로 한정짓는 국내의 흐름을 떠올려볼때,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 너머의 영향력을 감지해내려는 해외의 시도가 부러울 따름이다. 예술이 견고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만 자라나는 생명체가 아닌 것처럼, 국내에서도 아직 정제되지 않거나 거칠은 시도라 할지라도 기존 예술의 공고한 벽에 생채기를 낼 수 있는 실험적 시도라면 분명 그 흐름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트인컬쳐. 2016년 11월호 특집기사 '포스트 인터넷 아트' 인터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