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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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IT / Followers : 기억의 잔여물

yoo8965 2018. 6. 1. 03:14


Followers  : 기억의 잔여물


기억은 불분명한, 그러나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선명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간극으로부터 우리는 매우 굳건하게 인식되어온 역사의 한 장면이 때로는 실체없는 흔적과 같은 이야기, 구전된 설화의 가벼움으로 기억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더유닛은 이러한 맥락에서 역사로서 기억되지 못한 흔적과 같은 이야기를 추적한다. 우리는 문화/문명의 발전 단계에서 구축된 다양한 기억의 역사(상징)을 마주해 왔다. 그러나 그것의 목적이 지나간 흔적의 기억과 추모, 되새김과 앞당김의 역할이었음을 우리는 종종 망각한다. 이는 상징이 지닐 수 밖에 없는 의미의 고정으로부터의 역설이다.

제주는 다채로운 상징적 의미로 뒤덮힌 지역이다. 다만, 그러한 의미 부여의 주체가 외부적인 것임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은 그러한 외부적 시선을 제주의 역사로 귀결시켰다. 그러나 여기에서 누락되는 제주의 기억은 오히려 타자화되어 주변을 배회한다. 따라서 우리의 시도는 이러한 흔적들을 수집하고 분별하여 현재 제주의 의미 층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제주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부정하거나 새로운 역사로서의 의미를 굳건히 만드는 행위와는 상반된다. 오히려 박제된 의미를 허물고 역사화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이야기의 흔적을 추적하는 일에 가깝다.

작품의 근간이 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는 제주시의 영실 기암괴석이라는 현실-장소성에 입각한 허구적 이야기이다. 현실이 아닌 허구의 재해석은 거듭된 가상의 흐름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다. 또한 허구의 역사를 의미의 퇴적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은 현실에 가상을 덧씌우는 작업 만큼이나 그 유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단단한 역사적 의미와는 다른, 현실이 품을 수 있는 무한한 상상의 영역임을 잊지 말자. 때로는 그러한 가상적-상상의 행위가 현실에 관한 새로운 기념비(monument)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APMAP 2017 : The UNIT (유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