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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준의 문화/예술 비평
Mobile Art & Life for Everyone !!! 본문
지난 해, 악마의 앱이라 불리며 수 많은 커플들의 이별을 종용?한 <오빠 믿지>란 어플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종의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어플은 모바일 폰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이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욱 편리한 삶을 보장하는 것인지에 관한 때늦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이렇듯 직접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노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일종의 디지털 금단 현상을 누구나 한번 쯤은 겪고 있는 듯 하다.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는 기기이기에 그러한 기술의 부재가 단순히 불편함 정도로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이쯤되면, ‘조지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의 내용이 떠오를만 하다. ‘텔레스크린’이라 명명된 기기 앞에서 삶의 모든 순간들을 감시당하며 사랑조차 숨죽이며 하는 주인공 윈스턴의 모습은 마치 모바일 기기에 얽매여 살면서도 떼어놓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기술-미디어들은 우리의 삶을 제한하고 구속하는 용도만이 아닌,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의 도구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 영국의 팝 아티스트이자 사진가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최근 아이폰/아이패드를 이용해 새로운 회화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는 가벼운 터치로 작품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손쉽게 전송할 수 있는 있는 디지털 기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그가 캔버스와 사진기를 내려놓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예술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예술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솜씨좋은 예술가들의 몫이었다. 미묘한 색채와 빛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조절하고 감미로운 멜로디를 연주하기 위해 악기를 다루어야 했다.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정적인 예술혼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누구라도 손쉽게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고 그러한 작품들을 전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겐 유명한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조슈아 데이비스(Joshua Davis)’는 <Reflect> 란 App을 직접 만들었는데, 몇 가지의 형태와 컬러, 패턴 등(그가 디자인의 기본적인 원칙들이라 여기는)을 결정하여 실행시키면 다양한 형태의 패턴 이미지들을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Garage Band>와 같은 어플들은 누구라도 손 쉽게 마치 게임하듯 음악 작곡 및 연주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렇듯 예술에 관한 쉬운 접근을 가능케하는 점이 모바일 아트의 미덕 그 전부는 아닐 것이다. 모바일 및 디지털 기기들을 통한 예술 행위는 다양한 기술들과 기발한 상상력들이 결합되어 더욱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WalkSpace>는 흥미로운 ‘걷기운동’을 제안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일상적으로 걷게되는 길과 도로에서 다양한 루트들이 현재 위치와 연결되어 모바일 기기에 표시된다. 사용자들은 모바일 폰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길을 걸을 수도 있고, 역사적 사건과 연관된 루트를 따라갈 수도 있다. 길을 걷다 만나게되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TwittARound>라는 앱을 설치해 보길 권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근방에 있는 사람들의 트위터가 연동되어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테니까. 보다 전 지구적인 접속이, 그것도 예술적인 접속이 필요하다면, <Zephyr>를 실행시키자. 내 손가락을 이용해 만들어진 그림들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 전송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앱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실제 세계에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앱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보다 살기좋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일본의 통신 및 전자 제조 기업인 NEC는 자국의 인터렉티브 디자이너인 유고 나카무라(Yugo Nakamura)와
함께 <Ecotonoha>란 환경켐페인을 진행했는데, 사용자가
온라인 웹 페이지 상의 가상 나무에 환경 메시지를 입력하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실제 나무가
심어진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프로젝트였다. 전세계인의 참여를 이끌어낸 이 프로젝트는 최근에 와서
모바일을 이용한 보다 확장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령, 아이폰
앱인 <Raise the Village>는 일종의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게임 속에서 마을을 만들고 가꾸는 행위가 아프리카 우간다의 실제 마을을 돕는 행위로 이어진다. 사용자들은 모금함에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닌,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의미있는 행위를 동시에 실행하게 된다. 즉, 사용자들에게
단순한 정보나 재미, 표현행위에 그치는 일차적 행위를 유발시키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행위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디지털-모바일 환경은 우리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그러한 기술-미디어들을 능동적으로
취사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마치 백남준이 1984년에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란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소통케하며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전언을 담은 것처럼 말이다.
월간 Muine 1월호 기고글